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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루만의 “자기생산체계”에서의 “자기”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

 

Abstract

이 글은 니클라스 루만의 “자기생산체계 이론”의 “자기”를 분석한다. “자기(Selbst)”란 다른 것으로부터 자기를 구별하는 작동이다. 자기를 구별 하는 작동은 어떤 경우에나 “다른 것-경계-자기”의 복합과, 이 복합이 던 져지는 전체 공간을 생성시킨다. 다른 것, 자기, 공동의 경계, 그리고 전 체 공간은 언제나 함께 생성되고 함께 소멸된다. 스펜서브라운의 지시산 법과 루만의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의 동시성과 연속성의 차이는, – 이 원리에 기초하여 – 구조와 과정의 분리 및 재조합을 통해 형식을 만들 어낸다.

스펜서브라운의 『형식의 법칙들』은 “무구별 상태-넘기(또는 부르기)-구 별 상태”에서 출발하여, – 이 틀의 두 상태 가운데 하나의 상태가 아니 라 – 두 상태 모두가 서로로부터 구별된 조건에서 다시 지시되는 경우 를 추적한다. 이 구도는 무표에서 유표로의 이동과 유표에서 무표로의 이동을 모두 – 절대적으로 상호배타적인 두 상태 사이의 전환으로서 – 시간으로 개념화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 구별과 지시가 무한히 반복 된다는 조건에서, 유표 → 무표, 무표 → 유표라는, 서로를 상쇄시키는 진동과, 무표 → 유표를 결과하는 조정이 서로 맞물려, “무표 상태-시간-유표 상태”가 생성될 수 있다. 여기서 진동은 영원한 시간을 뜻하고, 조 정은 현재적 시간을 뜻한다. 그래서 진동과 조정의 맞물림은 영원한 시 간과 현재적 시간의 맞물림을 통해, “무표상태-경계-유표상태”를 생산한 다. 그 결과, 최초의 “무구별상태-넘기(또는 부르기)-구별 상태”는 “무표상 태-경계-유표상태”를 생산한다.

이러한 작동의 논리를 루만은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의 동시성과 연속 성의 차이로부터 도출해낸다. “다른 것-경계-자기”는 “이전-작동-이후” 또 는 “상태-작동-상태”의 프레임을 배경으로 하여, 동일한 자기에 의해 지 시될 수 있게 된다. 이 관계는, 세계와 체계의 차이를 고려하기 위해, 체 계 복잡성과 환경 복잡성 외에도 미규정된 복잡성과 규정된 복잡성의 차이를 함께 고려하는 루만 이론의 기본 프레임의 구성 원리로 선택되 었다.

Translated Abstract

This paper analyzes the “Self” in the Luhmann's Theorie of “autopoietic Systems.” The Self ist an operation discriminating itself from everything else. Such an operation always produces “everything else - boundary - self” and the space into which the operation is thrown. The four, something else, self, the mutual boundary, the whole speace, are always generated and disappears with each other. Based on this principle, the Spencer - Browns's calculus of indication and the difference between concurrency and continuity of “distinguishing-and-indicating” generate form through the resolution and recombination of structure and process.

Starting from “undistinguished state - cross(or call) - distinguished state”, Spencer - Brown traces to the case in which the two sides, not one side, are to be separately identified. This composition implys the possibility in that crossing either from unmarked to marked or reversely can be conceptualized — transition from one state to other state which both absolutely excludes eath other. Under the condition of infinity of distinction and indication, oscillation from crossing marked-unmarked to crossing unmarked-marked offsetting each other, compensation resulting from crossing unmarked - marked are geared, then generating “undistinguished state - boundary - distinguished state.”

Oscillation can be conceptualized into structure as eternal time, and compensation into process as actual time. The gearing of structure and process of self generates another self in form of “unmarked state-boundary-marked state.” This kind of operative logic is to be drawn from the difference between concurrency and continuity of “distinguishing - and - indicating” by Luhmann. “Everything else - boundary - self” can be indicated from the identical self on the background of “before - boundary - after” or “state - operation - state.” This relations are chosen as the basic frame of Luhmann's theoretical conception which takes into consideration the difference between undetermined and determined complexity as well as the difference between the system complexity and environment complexity in order to consider the difference between the world and systems.


“자기”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 — “부분공간-경계-부 분공간(전체공간)”

I.

니클라스 루만의 자기생산체계 이론은 작동이론적 인식론을 통해 실체이론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 이론은 주체가 객체를 인식하는 프 레임에 고정된 실체이론과는 달리, 체계와 환경을 동등하게 다룬다. 또한 그 이론에서는 실재와 가상의 동일성을 전제하는 전통적 관점 과는 달리, 실재와 가상 모두를 작동을 통해 생성시키는 관찰 프레 임을 제안한다. 그 관찰 프레임은 무엇보다도 이론의 중심부에 시간 을 도입함으로써, 모든 관찰 순간에 발생하는 변화를 포착하도록 설 계되어 있다. 주체와 객체, 실재와 가상은 작동이 실행되는 시간의 간격 내에서 생산된다(이철, 2016). 루만은 이 모든 점들을 “자기 (Selbst)”라는 개념에 함축하고, 이러한 “자기”를 (재)생산하는 “자기 생산체계” 이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기생산체계” 개념의 핵심 개념인 “자기” 개념의 분석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의 요체를 논의한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자기생산체계 이론이 작동을 요소로 삼는다는 점에 주목 하며 천착한다. 작동은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 할 뿐이다. 체 계이론에서는 바로 이러한 ‘이거나/아니거나’의 구별을 원초적인 구 별로 취한다. 작동이 있을 때만 변화가 있으며, 작동이 없을 때는 변화가 없다. “자기” 개념 역시 이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자기” 또한 자기를 구별하는 작동이 있을 때만 생겨나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자기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을 다루겠다는 것도, 작동의 맥락에서 파악할 일이다. ‘구조-과정-형식’은 순서대로, ‘상태 -작동-상태’이다. 즉 작동이 있으면 ‘상태-작동-상태’가 ― 일종의 복 합으로서 – 함께 생산되고, 작동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이 원칙은 지극히 보편적이다. 모든 구별작동, 모든 관찰작동, 모 든 선택 행동에서 예외가 없다. 스펜서브라운과 루만은 바로 이 때 문에 작동에 주목한다. 모든 구별(관찰, 선택)은, 구별(관찰, 선택)되 지 않은 것, 구별(관찰, 선택)된 것, 그리고 바로 그 구별(관찰, 선택) 작동을 생산한다. ‘구별되지 않은 것-구별-구별된 것’은 항상 함께 생겨난다. ‘관찰되지 않은 것-관찰-관찰된 것’도 항상 동시적으로 생 겨난다. ‘선택되지 않은 것-선택-선택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 고 모든 종류의 이러한 3-복합은 그 복합이 투입되는 전체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구별을 하나 그려라”라는 스펜서브라운의 명령을 실행하 면, ‘분할된 것-경계-분할된 것’과 이 3-복합이 투입되는 전체공간이 만들어진다. “구별”을 한 면에서 다른 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경계를 횡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면(Spencer-Brown, 1969: 1), 원 은 평면 위에 그려질 때에만, 분할된 두 공간과 원 자신 외에도, 그 평면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 안에 원을 그 려 넣으면, 3차원 공간이 완전하게 분할되지 못하고, 결국 아무 것 도 생성되지 않는다. 원은 평면 위에서만 구별을 완성시킨다. 이제 평면 위에 원을 하나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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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때 ‘원 외부-원주-원 내부’와 전체 평면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라. 그래서 작동은, 두 개의 분할된 공간과 작동 자신, 그리고 전체 공간을 만든다. 이 넷은 항상 함께 생겨나고, 함께 사라진다. 이 넷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넷은 있을 수 없다(Lau 2015: 53). 이 내용을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

으로 정식화해 두자. 자기생산체계 이론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오로지 작동밖에 없기에, 이 넷의 공속성(Zusammengehörigkeit, Lau 2015: 53)은 자기의 생성 및 변화와 관련 있는 유일한 요인이다. 바로 이 공속성이 루만이 작동을 요소로 삼는 이론을 구축하고, 스 펜서브라운이 자기가 자기에 의해 증명되는 산법을 개발한 근거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 넷이 함께 발생하고 함께 소멸한다는 것을 지극히 보편적인 원리로서 취할 수 있다. 세상에서 발생하는 어떤 것도 이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스펜서브라운이 “구별을 하나 그려라”(Spencer-Brown 1969: 3)라는 명령을 가지고 우주가 지속 하는 궁극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Spencer-Brown, 1969: 84, 83-86)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을 환기시킨다. 스펜서브라운은 생성되는 모든 것에 있어서 보편적인 원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논의는 또한 어떤 것도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지극히 상 식적인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그 어떤 것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다른 것들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둘이 서로 구별되기 위해서는 공동의 경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셋의 복합과, 이 셋이 들어서는 전체공간이 함께 만들어진다(Schönfälder-Kuntze et al. 2009: 71-73). 즉 ‘어떤 것-경계-그 밖의 것(전체 공간)’이 생성된다. 스펜 서브라운은 이렇게 개념화된 “자기”가 “자기” 안에 다시 들어서는 과정을, 지시 가능성들의 경우를 따지는 지시산법을 통해 분석한다. 루만은 스펜서브라운의 지시산법의 결과만을 취하여, “자기” 개념 및 “자기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이 글에서는 스펜서브라운의 지시산법의 요지를 압축적으로 소개 한 후(II장), 구조와 과정이 관계 맺음을 통해 형식을 생성시키는 지 시산법을 기억, 진동, 조정의 재진입 개념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루 만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논의하겠다(III장). 그리고 동일한 내 용의 루만 식 제안인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의 논지를 분석한다(IV 장). 결론 장에서는 두 석학이 발전시킨, 자기의 구조와 과정 및 형 식의 논의로부터 공통점을 추출하고, 그러한 개념화가 갖는 이론적 인 잠재력을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은 루만 텍스트에서 “재진입” 개념에 접하여 그 문제를 고 민한 독자들을 일차 대상으로 삼는다. 이 글은 그러한 목표 설정으 로 인해, 보다 넓은 독자층에 도달하지 못할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이 국내 루만 수용에서 필수적이라 생각하기에 일단 하나의 논문으로 출간하며, 보다 독자친화적인 글은 향후 추가 작업으로 보완하도록 하겠다. 이 책의 내용을 원문에 충실하게 이해 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스펜서브라운의 『형식의 법칙들』과 재진입을 분석한 국내 문헌으로, 라우(Lau, 2018, 근간)의 입문서를 참조하라.

스펜서브라운의 『형식의 법칙들』의 기본 개념들

II.

스펜서브라운의 『형식의 법칙들』은 국내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1), 루만을 통해 필요를 느낀 학자들도 접근하기가 난해한 사 유체계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수학적 계산까지 함께 전달하겠다는 시도를 최소화하면서, 그 책의 목표와 방법론 및 핵심 주장을 고유 한 언어로 소개하는 데에 주력하겠다. 『형식의 법칙들』은 ‘어떤 것 (etwas)’이 무(無)로부터 현재의 존재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책은 그 목표를 위해, 독자들에게 직접 해보 고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명령과 주시”의 방법을 선택한다. 이 책 은 “구별을 하나 그려라”라는 유일한 명령만으로 이 과정 전체를 끌고 간다.

구별을 그려서 구별을 실행(지시)하면, 구별이 실행되기 이전의 무구별 상태에서 구별이 실행된 구별 상태로 변화한다(Lau 2015: 23 이하). 이 변화는 앞 장의 정식화에 따라, ‘무구별 상태-구별 실행-구 별 상태(전체 공간)’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펜서브라운은 이렇 게 도식화된 상태가 — 전체적으로 — 같은 종류의 (다른) 구별의 실행을 통해 지시되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전의 무구별 상태에서, 구별 작동을 통해, 구별 상태에 도달한다. 즉 무로부터 존재 상태에 이른다. 스펜서브라운은 하나의 작동, 즉 구별작동만을 실행하며, 그 구별 작동을 통해 두 공간을 나누는 방식만을 취하여, 그 결과 생겨 나는 변화들을 검토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나 의미 공간과 그밖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추상적 공간을 뜻한다. 이 텍스트에서 공간은 “면(Seite)”으로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이때 스펜 서브라운은 구별이 실행된 경우들을 따져 보기 위해, 두 가지 전제 를 필요로 한다.

첫째, 구별의 관념(idea of distinction)과 지시의 관념(idea of indication) 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고, 둘째, 구별을 하지 않고서는 지시를 할 수 없다는 관념을 주어진 것으로서 전제한다. 그래서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구별이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 이 때 구별은, 한 면에서 다른 면으로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계를 횡단하지 않을 수 없도록 완전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Spencer-Brown, 1969: 1).

그래서 구별의 형식은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으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틀은 보편적이어서, 이후 의 모든 변화는 이 틀에 맞추어 표현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 텍 스트 논의에서 중요한 모든 순간들은 “A-B-C(전체공간)”의 프레임으 로 표현될 것이다. 이제 구별의 형식,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 공간)”에서 지시를 통해 이 형식을 통째로 지시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관건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구별하지 않고서는 지시를 할 수 없다는 관념에 따라, 첫구별이 실행되고 그 첫구별의 모든 측면이 지시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첫구별의 실행을 라우(Lau)의 제안에 따라 “진입(entry)”으로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Lau, 32 이하). 바로 이 첫구별, 즉 진입은 『형식의 법칙들』 원본의 0쪽에서 “무명천지지시” 라는 도덕경 첫 구절로 표현되어 있다. 하늘과 땅의 이름 없음과 있 음 사이가 진입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입을 전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을 “재-진입(re-entry)”이라고 하며, 계산을 통 해 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재진입은 “자기”가 “자기” 안에 다시 들어선다는 것을 뜻하며, 이 글의 주된 목표이다.

스펜서브라운의 계산은 대략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구별로 만 들어낸 구별의 형식을 바탕으로 하여, 가능한 모든 지시들(과 지시 들의 조합)을 실행하는 단계를 거쳐, 그 구별의 형식이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단계에까지 나아간다. 첫구별을 실행하면 우리의 보편 틀 인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에 ‘무구별 상태-경계-구별 상태(전체공간)’가 생겨난다. 다음 단계에서 양쪽 모두에 대해서 무 표 지시와 유표 지시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두 개의 부분공간은 ‘무 표공간-경계-유표공간(전체공간)’으로 한 번 더 분할된다. 두 공간 에 대해 두 가지 지시 가능성이 주어져 있으므로, 전체 공식은

‘(공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 (전체공간)’

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는 다음 분석 단계에서

‘(무표공간-경계-유표공간)-경계-(무표공간-경계-유표공간)(전체공간)’

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이 단계에는 작동 논리의 기본 사유가 포함되어 있다. 구별에 의 해 생산된 면(Seite)에 대해서, 두 가지 지시 가능성이 주어지면서 모 두 네 가지 결과를 생각할 수 있다(여기서도 네 가지가 도출된다는 것은 다시금, 존재하는 모든 것의 기본 요소가 네 가지라는 점과 관 계가 있다).

우리는 두 면이 구별된 조건에서, 넘기(crossing)와 부르기(calling)를 각각 한 번씩, 그리고 두 번씩 할 수 있다. 넘기와 부르기는 한 번 씩만 실행하면 같은 결과를 낳는다. 넘기이든 부르기이든 실행되면, 무구별 상태로부터 구별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둘은 모두 ┐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그 둘은 공통적으로 “크로스(cross)”라 부른다. 이제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은 간단히 ┐(크로스)로 표기할 수 있다(┐는 구별작동을 뜻하며, 모든 구별은 동일하기에 자기구별 작동을 뜻한다). 그런데 부르기를 두 번 하면, 구별 상태가 반복된 다. 이것은 ┐┐로 표기한다. 그런데 두 번 부르기는 구별 상태라 는 같은 면을 가리키므로, 한 번 부르기로 축약될 수 있다. 즉┐┐= ┐가 된다. 이것을 첫째 공리로 취한다(Spencer-Brown 1969: 4).

반면 넘기를 두 번 하면, 처음에는 “구별 상태”의 면을 가리켰다 가, 둘째 넘기를 통해 첫째 면으로 되넘게 되기 때문에, “무구별 상 태”를 가리키게 된다. 이 점은 ╗로 표기한다. 그리고 ╗=∅(무화, cancellation)가 된다. 이것을 둘째 공리로 취한다(Spencer-Brown 1969: 5). 지시산법은 두 번 부르기가 한 번 부르기가 된다는 것과, 두 번 넘기가 무화를 결과한다는 이 두 가지 공리만을 출발점으로 삼아 계산을 시작한다.

넘기와 부르기라는 상이한 지시 방법을 통해, ┐은 첫구별의 형 식인 ┐의 외부나 내부, 즉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의 두 부분공간 가운데 하나에 임의로 복제하여 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제는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 이것은 ┐의 오른쪽 공간과 왼쪽 공간이, 동일한 유형의 또 다른 구별(┐)에 의해 무한히 확장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예를 들면 ┐┐╗┐이나 ╗╗┐┐와 같은 표현들로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무한히 확장된 표현들은 ┐아니면 ∅(무표)로 축 약된다. 독자들은 임의의 표현들을 그린 후, 위의 두 가지 공리, ┐┐= ┐와 ╗=∅을 적용하여, ┐아니면 ∅(무표)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

독자들이 확인했다는 전제에서, 출발 정식인 ‘부분공간-경계-부분 공간(전체공간)’은 ‘∅-경계-┐(전체공간)’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그 리고 경계 좌우의 공간은, 독자들이 확인했을 것처럼, 무표이거나 아니면 유표이다. 무표와 유표는 중첩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구별 상태와 구별 상태가 절대적이며 완전하게(continent) 구별된다는 뜻이 다. 스펜서브라운은 이 발견으로부터 “구별”(Distinction, 정리 4, Spencer-Brown 1969: 15) 개념과 동일성(Identity, 정리 5, Spencer-Brown 1969: 16) 개념의 정의를 도출해낸다. 구별은 하나의 단순한 표현으 로부터 크로스들을 취해 구성된 모든 표현의 값이, 다른 단순한 표 현으로부터 크로스들을 취해 구성된 모든 표현의 값으로부터 구별 된다는 것을 뜻한다. 동일성은 같은 표현들은 같은 값들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시산법의 산술과 대수를 진행한 결과, 부분공간들의 절 대적인 상호배타성으로 인해, 어떤 지시를 통해서도 구별의 부분공 간만 지시될 수 있지 구별의 형식 전체(‘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 체공간)’)가 지시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위의 ‘(무표공간-경계- 유표공간)-경계-(무표공간-경계-유표공간)(전체공간)’을, 유표를 m으로 무표를 n으로 취하여 ‘(n-경계-m)-경계-(n-경계-m)(전체공간)’2)으로 간 략하게 표현하자. 절대적인 상호배타성은 n-m-n-m의 행렬에서 벗어 나는 결과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별의 형식이 구별의 형식에 의해 지시될 수 있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게 된다. 스펜 서브라운은 지금까지 유한성을 전제하여 탐구해왔던 지시산법을, 무 한성 조건에서 따져봄으로써 돌파구를 모색한다. 계산 조건의 이러 한 변경은 지금까지 유효했던 절대적인 기준을 갑자기 포기하기 때 문에, 대부분의 『형식의 법칙들』의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지향점을 놓친다. 그래서 이후의 사유에서 무엇이 관건인지를 미리 확인해두 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무표상태-경계-유표상태’가 ‘무표상태-경계-유표상태’에 의해 다시 지시되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서 스펜서브라운의 묘안은, ‘무표공간- 경계-유표공간’을 ‘무표공간-시간 면-유표 공간’으로 교체함으로써, 시간 면을 입지점으로 하여 무표와 유표를 동시에 지시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있다. 이 점은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분석하겠다.

자기에 의한 자기의 지시

III.

경계의 시간 면으로의 변화

1.

n-m-n-m의 행렬이 무한 반복되는 상태는 무한성을 전제하면, ‘(공 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경계-공간내공간)’에 (…)m-n-m-n(…) 아니면 (…)n-m-n-m(…)이 생성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무한히 진행되는

m-n-m-n과 현재 발생하는

n-m-n-m을 동시에 실행시켜

무한한 자기와 현재적인 자기를 교차시킬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 다. 그리고 이 교차에 따라서, n에서 m으로 이동과, m에서 n으로 이 동이 가능해진다. 이 발상을 스펜서브라운은, 원이라는 경계의 아래 로 원을 우회하는 “터널”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래 그림(Spencer-Brown, 1969: 49)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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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에 의해 그려진 구별은, 그 구별이 나타나는 표면을 아래 로 관통하는 터널에 의해 무너진다(Spencer-Brown, 1969: 49). 이 터널 공간은 “상상적이지만 현실적인(real)” 공간으로서 경계를 대체할 수 있다. 이제는 구별의 경계를 넘지 않고서도, 형식의 다른 면으로 이 동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m에서 n으로의 크로스이든 n에서 m으 로의 크로스이든, 그 둘은 절대적으로 상호배타적이기에, 그 크로스 들은 모두 시간을 생성시킨다. 간단히 말하면, on에서 off이든 off에 서 on이든,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의 이동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생성 시킨다(Schönfälder-Kuntze, 2012: 37). 그래서 이제 우리는 ‘부분공간- 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을 ‘부분공간-시간 면-부분공간(전체공간)’으 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정식화는 부분공간들이 무표공간이거나 유표 공간이거나 두 가능성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표(무표)공 간-경계-무표(유표)공간’이 ‘유표(무표)공간-시간 면-무표(유표)공간’ 으로 정식화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네 가지 지시 가능성은 시간 면을 통한 우회적 구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네 가지 지시 가능성으로, 그 넷이 조합 된 결과 “무표 상태로부터의 유표 상태의 구별”과 “유표상태로부터 의 무표 상태의 구별”이 실현되는 것이 관건이 된다. 다시 말하면, “무구별 상태-경계-구별 상태”의 두 부분 공간이, 제각기 그것이 아 닌 상태로부터 구별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 부분공간들의 상태를 기준으로 말하면 —,

유표(m)에서 무표(n),

무표(n)에서 유표(m)와 유표(m)에서 무표(n)

무표(n)에서 유표(m)

의 조합으로 구성된다.3)

이 조합에서 부분공간들의 상태를 기준으로 취한 것은, “부분공간 -경계-부분공간”이 “(하위공간-경계-하위공간)-경계-(부분공간-경계-부 분공간)(전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이 글에 서는 간명한 분석을 위해 부분공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학적인 지시 관계들을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이 분석 단계에 (합하여 무표를 만드는) n과 n을 투입하여, (합하여 유표를 만드는) n과 m을 생산하는 관계가 숨겨져 있다. 이 논점은 스펜서브라운 지시산법의 핵심에 해당되지만, 지시산법의 기본 요점을 전달하는 이 짧은 글에 서는 상술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 글에서는, n과 n을 투입하여 n과 m을 생산할 가능성이, 무한성 조건에서 지시산법을 계산에 투 입하여 무한성에서 진행되는 …n-m-n-m…과 현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m-n-m-n에서 n과 m이 교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데에 만족한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형식의 법칙들』 12장의 네 가 지 실험을 참조하라. 또한 스펜서브라운이 수학적으로 복잡한 과정 을 거쳐 분석한 결과는, 동시성과 연속성의 차이에 근거하는 루만의 설명(아래의 그림 2)을 통해 상식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

<그림 2>

‘상태-작동-상태’ 프레임에서 동시성과 연속성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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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의 재진입과 조정의 재진입 — 구조와 과정의 상호작용

2.

‘유표(무표)공간-시간 면-무표(유표)공간’의 단계에서 “무구별 상태- 경계-구별 상태”의 두 부분 공간이, 제각기 그것이 아닌 상태로부터 구별될 수 있게 된다는 위의 주장을 계속 추적하자.

위의 네 가지 이동의 조합에서 첫째의, 유표에서 무표의 크로스 를 기억의 재진입, 둘째와 셋째의, 무표에서 유표의 크로스와 유표 에서 무표의 크로스를 진동의 재진입, 넷째의, 무표에서 유표의 크 로스를 조정의 재진입이라고 한다.

이 관계들을 아래의 <그림 1>, “세 가지 재진입들”을 가지고, 먼 저 일별해보자.

<그림 1>

세 가지 재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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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유표에서 무표로의 이동은 — 그 이동의 효과로서 유표 상태가 무표 공간 안에 저장되기에 — 기억의 재진입이라고 한다. 그 다음의 진동의 이동은, 그렇게 옮겨진 무표에서 다시금 유표로의 이동과, 유표에서 무표로의 이동이다. 진동의 재진입에서는 무표로 부터 유표의 선택과 유표로부터 무표의 선택 모두가 실행된다. 그런 데 먼저 실행된 크로스는 나중에 실행된 크로스에 의해 상쇄된다(이 점은 무화 공리에 의해서도 설명된다). 그리고 그 두 크로스는 그 자체로는 어떤 값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두 가지의 선택 가능성을 마련해줄 뿐이다. 그 두 가지 선택 가능성 가운데 하나는 다음 동작 에 의해 실제 할당되거나 할당되지 않거나 할 수 있다.

이 조건에서 셋째의, 조정의 재진입은 무표에서 유표로의 이동이 다. 이것은 유표에서 무표를 생산하는 지시의 비선택과, 무표에서 유표를 생산하는 지시의 선택을 뜻한다. 이 분석을 활용하는 루만은 비선택된 ‘유표 → 무표 지시’를 음의 값으로 평가되는 작동으로 취 하고, 선택된 ‘무표 → 유표 지시’는 양의 값으로 평가되는 작동으로 취한다(4장). 루만은 다른 곳에서 의미의 잠재화와 의미의 현재화라 는 말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음의 값으로 평가되는 작동은 잠재화되 고 양의 값으로 평가되는 작동이 현재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것은 하나의 선택이 그 밖의 다른 것의 비선택을 필연적으로 수반 한다는 것을 뜻한다.

종합하면, 기억의 재진입을 전제하여, ‘무표 → 유표 지시’와 ‘유표 → 무표 지시’가 두 가지 구별 상태 및 지시 가능성으로 제출된 조 건에서, 음의 값을 생산하는 ‘유표 → 무표 지시’가 아니라 양의 값 을 생산하는 ‘무표 → 유표 지시’가 선택된다. 여기서 선택되지 않은 전자는 타자준거로 작용하고 선택된 후자는 자기준거로 작용하며, 모든 작동은 바로 이 타자준거와 자기준거의 자기준거적 관계 맺음 과 함께 생성된다. 이 논점은 루만이 자기준거에만 의존하는 주체 를, 타자준거와 자기준거 모두에 의존하여 생성되는 체계로 대체하 는 논점이 되며, 아래의 4장과 5장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그런데 서로를 상쇄시키는, 둘째와 셋째의 진동하는 지시들은 시 간적 차이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그 지시들 이외의 것들에 대해 그 차이를 이 단계에서는 아직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진동이 영 원한 시간으로서 작용할 뿐 현재화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 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의 상태를 전제한 조건에서, 넷째의 조정하 는 지시는 바로 이 두 가지 구별 가능성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함으 로써, 즉 영원한 시간의 맥락에서, 영원한 시간과 현재적 시간을 생 산한다. 진동이 전제된 조건에서 조정이 작용한 결과, 그 두 종류의 시간의 차이가 생산되고, 진동 상태의 구조와 재진입하는 과정이 상 호 관계맺음을 통해 생성된다. 그 결과, 비선택된 지시값의 잠재화 와 선택된 지시값의 현재화가 결정된다. ‘잠재화-재진입-현재화’ 형 식의 유표 상태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 일련의 변화들은 ‘∅-경계-┐(전체공간)’ 형식의 “자기”가 ‘무표 공간-시간-유표공간(전체공간)’이라는 형식의 “자기” 안에 재진입함으 로써 “자기”를 현재화하는 원리를 구성한다. 자기가 자기 안에 들어 섬이 한 순간의 작동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상태-작동-상태(전체 공간)’의 프레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 프레임에서 ‘진동의 재진 입-조정의 재진입-형식(의 완성)’을 실행한다.

시간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 상황은 진동 상태에서 양의 값 지 시와 음의 값 지시는 그 순간에는 각각 미래적 미래와 미래적 과거 이다. 이 두 값은 조정의 재진입으로 고정되는 순간 각각 미래와 과 거가 되면서, 현재적 작동을 현재화시킨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경 계는 시간의 면으로 작용하여 지시들의 실행과 재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러한 진동과 조정의 맞물림은 “상태-작동”을 결정하면 서, “구조-과정”의 관계맺음을 가능하게 한다. 즉 진동은 조정에 대 해서 구조로 작용하고, 조정은 진동에 대해서 과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조와 과정이 각각 상태와 작동으로서 동시에 실행 된 결과, “(작동-)상태”가 생산된다. 마지막 결과인 상태는 “형식”이 다.

구조와 과정의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재진입 개념은 루만의 자기생산체계 이론에서 핵심 개념으로 다시 나타난다. 재진입 (re-entry) 개념은,

“원래의 구별을 구별된 것 안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서 다루면서, 같지 않은 것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이 생각을 체계이론에 수용하 면, 체계와 환경의 구별이 체계 안으로 재진입한다는 것을 말할 수 있 거나, 자기준거와 타자준거의 구별을 자기준거적으로 다룬다는 것을 말 할 수 있다.”

(Luhmann, 1990: 190)

지금까지 살펴본 스펜서브라운의 재진입 개념이 루만의 텍스트에 서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살펴보자.

“추상적으로 보면, 이것은 구별 자신에 의해 구별된 것 안으로의 구 별의 “재진입(re-entry)”이다. (…) ‘재-진입’ 개념을 가지고 우리는 조지 스펜서브라운이 산술과 대수에 제한된 수학적 산법의 한계로서 서술했 던, 보고할 만한 귀결들도 인용한다. 체계는 자신에 대해 계산 불가능 해진다. 체계는 외부 영향들(독립변수)의 예견불가능성으로 소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계 자신에 소급될 수 있는 미규정성 상태에 도달 한다. 그래서 체계는 기억, 즉 (망각과 상기의 성과들이 한 역할을 하면 서) 과거의 선택들의 결과를 현재적 상태로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억 기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체계는 양의 값으로 평가된 작동들 과 음의 값으로 평가된 작동들 사이의 진동과 자기준거와 타자준거 사 이의 진동 상태에 들어선다. 체계는 예견 불가능한 상태들에 대한 적응 비축이 저장되어 있는, 체계 자신에 대해 규정 불가능한 미래에 직면한 다”

(루만 2014: 65-66, 재번역)

“수학적 산법의 한계”란 형식 논리학 수준에서 계산했을 때 절대 적인 상호배타성으로 인해 유표상태와 무표상태가 서로를 지시할 수 없었던 사정을 설명한다. 스펜서브라운이 “재-진입” 개념을 가지 고 이 한계를 극복하여 얻어낸 여러 “보고할 만한” 귀결들은 다음과 같다. 체계는 체계 자신에 소급될 수 있는, 즉 자신의 작동이 직접 적인 원인이 되는 계산 불가능 상태, 미규정성 상태에 이른다. 그래 서 과거를 위해 기억 기능을 필요로 하며, 현재적인 진동 상태에 들 어서며, 스스로는 규정할 수 없는 미래에 직면한다. 여기서 기억은, 스펜서브라운의 지시산법에서 유표에서 무표로의 비축에 근거하여 개념화한 기억의 재진입이다. 양의 값으로 평가된 작동들과 음의 값 으로 평가된 작동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앞서 스펜서브라운 에게서 각각 무표에서 유표의 크로스와 유표에서 무표의 크로스를 인용한 것이다.

이상의 분석에 기초하여, 다음 장에서는 루만의 “자기생산체계” 및 “자기”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을 분석해보자.

루만의 “자기생산체계”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

IV.

루만이 자기생산적 패러다임 전회를 선언했던 것은 작동 중심의 사유를 하자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선택한 “상태-작동-상태” 프레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루만이 채택한 “관찰함 (Beobachten)에 의존한 인식론”(1990: 14)을 이 프레임에 부합하게 이 해하여야 한다.

“우리는 구별함(Unterscheiden)과 지시함(Bezeichnen)의 작동으로서 정의되 는 관찰함이라는 극도로 형식적인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Luhmann, 1990: 73)

관찰함의 작동은 실체에 의존한 동작이 아니라, 실체 이전에 발 생하는 동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관찰자의’ 주체 버전을 거의 포기하고, ‘관찰함’ 내지는 ‘관찰들’만을 말할 수 있다. (…) 그 경우 에는 관찰자는 고도로 추상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단순히 관찰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는 사정을 감안할 수 있다”(Luhmann, 1990: 14). 루만은 계속해서 “인간이라는 유일한 체계준거만을 전제하는” 지금까지의 과도한 (그리고 어쩌면 너무 부 족한) 방식을 탈피하고자 한다. 루만은 주체라는 실체보다 더욱 추 상적인 “관찰함”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얻으려는 목 적에서, 그러한 관찰함을 “구별함과 지시함의 작동”으로서 정의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체를 전제하지 않은 “구별함과 지시함의 작동”(Luhmann, 1990: 73)이나 “구별하는 지시함(unterscheidendes Bezeichnen)의 작 동”(Luhmann, 1990: 80) 또는 “구별함-그리고-지시함”(Luhmann 1990: 81) 등의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이 때에 그 작동이 하나의(!) 작동 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구별함-그리고-지시함(Unterscheiden-und-Bezeichnen)은 관찰로서 하나의 유일한 작동이다.”

(Luhmann 1990: 81)

여기서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이라는 3-조의 표현 양식은 스펜서 브라운의 사유의 축을 이루는 ‘부분공간-경계(또는 시간)-부분공간(전 체공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하나의 작동은, 이 글의 맥락에서는 ‘상태-작동-상태’의 프레임을 떠올린다. 그러면 이 프레임에서 “작동” 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루만은 “동시성과 연속성의 구별에서 출발하겠다”(1990: 231)거나 “작동은 동시성과 비동시성을 같은 순간에 현재화한다”(80-81)라는 힌트를 준다. 이상의 내용이 압축된 인용을 보자.

“구별하는 지시함의 작동은 관찰함이라는 작동의 이전과 이후의 동시 성을 전제한다. 즉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작동으로 옮긴다”

(Luhmann 1990: 103)

‘상태(a)-작동-상태(b)’ 프레임에서, ‘상태(a)’는 ‘구별함-그리고-지시함’ 의 동시성을 뜻하고 ‘작동’은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의 연속성을 뜻 한다. 상태인 동시성이 동작인 연속성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작동이 실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작동이 실행되는 순간, 그 작동은 발생하자마자 사라지며 상태를 남긴다. ‘상태(a)-작동’의 실현은 같은 순간에 ‘작동-상태(b)’를 만들며, ‘상태(a)-작동’을 통해 동시성이 연속 성으로 펼쳐지면, ‘상태(a)-작동-상태(b)’가 나타난다.

바로 이 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기 전에, 그림 1, “‘상태-작동-상태’ 프레임에서 동시성과 연속성의 차이”를 일별하라.

이 그림은 ‘상태-작동-상태’를 ‘이전-작동-이후’ 프레임에 투입한 결 과를 보여준다. 처음 상태, ‘이전(before)’에는 구별함(점선 원)과 지시 함(실선 원)이 겹쳐져 있다. 정의에 따르면, 구별함은 두 면을 나누 어 지시 가능성을 조달하는 것이고, 지시함은 그 가능성 가운데 한 면을 가리킴이다. 구별함을 A로 지시함을 B로 표기하여, 작동과 이 후(after)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둘째의 ‘작동’은 동시성 상태의 구별함과 지시함을, 연속성으로 펼 쳐낸다. 그러면 구별함을 통해 ‘양-면-제시’가 실현되면서 지시함을 통해 ‘한-면-선택’이 실현된다. ‘양-면-제시’는 유표에서 무표로의 이 동(화살표, 1)과 무표에서 유표로의 이동(화살표, 2)으로 실행되며, ‘한-면-선택’ 역시 유표에서 무표로의 이동(화살표, 3)과 무표에서 유 표로의 이동(화살표, 4)으로 실행된다. 이것은 동일한 형식의 작동을 동일한 형식의 작동으로 이행하는 것이며, 지시되는 것 안으로 구별 을 복제하여 투입하는(hineinkopieren) 것이다.

3장 2절의 인용을 한 번 더 취하면, “원래의 구별을 구별된 것 안 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서 다루면서, 같지 않은 것을 같은 것으 로 취급”하는 것이다(Luhmann, 1990: 190). 이 순간 작동은 그 자신 이 시간화되면서, 경계의 분리 효과를 무효화시킨다.4) 이 순간, 그 림의 둘째 단계에서는, 작동(C)이 환경(A)과 체계(B)와 연관을 유지하 면서 경계를 형성한다. ‘환경-작동-체계’로서 A-C-B가 된다는 점을 그림에서 확인하라.5)

같은 형식의 작동으로의 이행은 “상태(a)-작동”의 순간 실현된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작동-상태(b)”가 생겨난다. 그리고 상태로 전 환한 결과, 구별이 그 구별에 의해 지시된 것 안으로 투입된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직전의 ‘환경-작동-체계’였던 구도는, 한편 의 세계(환경)과 ‘내적환경-내적경계-부분체계(전체체계)’로 재편된다. 이 변화의 자세한 설명은 아래(특히 각주 6)에서 다루기로 하고, 상 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져 구별이 자기 안에 복제 투입된 결과 상태 는, ‘구별-지시-작동(전체공간)’의 구조가 된다. A-B-C가 된다. 직전의 A-C-B였던 것이 A-B-C가 된 것은 작동 스스로 작동한 효과이다.

이상의 분석을 루만은 다음처럼 요약한다.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은 관찰로서 하나의 유일한 작동이다. (…) 즉 작동은 하나의 역설적인 작동이다. 그것은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의] 이 원성을 동일성으로 현재화시킨다. 그것도 단번에 현재화시킨다. 그리고 작동은 구별과 지시의 구별에 의존한다. 즉 자기 자신 안에서 다시 나 타나는 구별을 현재화시킨다”

(Luhmann, 1990: 95)

‘구별함-그리고-지시함’을 동시에 출발시켜 동시성과 연속성의 차이 를 생성시키면, ‘구별-지시-(구별과 지시의) 구별’이, ‘이전-작동-이후’ 의 시간적 차원에서 ‘상태-작동-상태’를 만들어낸다. 이 순간 ‘구별함- 그리고-지시함’이 모두 실현된다. 여기서 ‘상태-작동’의 실행, 즉 동시 성에서 연속성으로의 이행은, 스펜서브라운에서처럼 양에서 음으로 의 이동과 음에서 양으로의 이동 가운데, 음에서 양으로의 이동의 선택을 통해 실현된다. 여기서 실현된 ‘환경-경계-체계(전체공간)’는 구조와 과정의 관계 맺음을 통해 실현된다. 구조와 과정은 제3의 시 간 면에서 영원한 시간과 현재적 시간의 차이를 생산한다. 바로 이 작동의 결과, 경계와 체계의 연관은, 분리와 재조합(위 그림에서 3, 4)으로 인해, 그 자체에 ‘환경-경계-체계(전체공간)’을 재생산한다.6)

이 복잡한 관계들은 한두 편의 논문으로 다루어낼 수 없는 막대 한 효과들을 지닌다. 여기서는 결론에서의 간결한 논의를 위한 중간 결론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이 글에서 자기구별 작동, ┐(크로스)로 표현된 작동의 결 과물은 이중적이다. 그림 2의 셋째 열을 참조하면, 하나의 ‘체계/환 경 차이’는 ‘A-경계-(B-C)(전체공간)’이다. 이 차이는 루만(2014: 63)이 “체계로 인해 산출된 차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찰배경과 체계 자신의 차이이다. 다른 ‘체계/환경-차이’는 ‘B-내적 경계-C(전체 체계)'이다. 이 차이는 루만이 같은 곳에서 “체계 안에서 관찰된 차 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은 체계 내에서 생성되는 관찰된 것과 관 찰함의 차이이다.

둘째, 루만의 자기생산체계에서 말하는 “체계”란, 언제나 현재적 으로 생성되는 자기준거적 관계들의 끊임없는 (재)생산을 뜻한다. 체 계로 인해 산출된 차이를 타자준거로서 취하고, 체계 안에서 관찰된 차이를 자기준거로 취하여, 그 둘의 차이로서 생겨나는 자기준거적 인 관계가 체계 사건들의 발생을 결정한다. 즉 체계는 관찰된 것으 로부터 분리된 관찰자가, 관찰배경으로부터 분리되는 관찰된 것을 관찰하는 작동으로 구성된다.

요약과 의의

V.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 스펜서브라운과 루만을 함께 취하면서 – 개괄하겠다. 모든 구별작동은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 이라는 형식을 형성한다. 이 구별, 이 형식은 “완전한 자기제한”(a perpect continence, Spencer-Brown, 1969: 3)이다. 구별, 즉 형식은 배제 하는 것은 배제하며, 포함하는 것은 포함한다. 그래서 구별로 인해 생겨난 모든 면은, 그 면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른 면으로부터 그 면과 공유하는 경계를 횡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모든 구별 은 첫구별이며 동일한 구별이다. 그런데 구별되어 있지 않으면, 지 시될 수 없기에 우리는 구별 안으로, 형식 안으로 일단 진입(entry)해 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구별까지만 실행된다.

이 구별, 이 형식 내에서는 지시의 방향과 수의 반복에 따라 네 가지 지시 가능성이 주어진다. 그러나 무한한 반복을 실험한 결과, 모든 구별은 ‘무표공간-경계-유표공간(전체공간)’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체공간은 전체공간에 의해 지시될 수 있기 는 하지만, 다른 것과 구별된 것으로서 지시될 수는 없다. 이 글의 표시법에 따르면, ‘무표-경계-유표’가 지시될 수 없다.

형식이 지시될 수 있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상호배타적인 두 면 의 동시적인 지시가 가능하여야 한다. 이 가능성은 바로 그런, 두 면의 동시적인 지시가 필연적으로 시간을 생산한다는 발상을 취하 며, 바로 그렇게 생성되는 제3의 시간 면에서의 동시적 지시에서 발 견할 수 있다. 제3의 면에서는 무표에서 유표로의 지시와 유표에서 무표로의 지시가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지시는 예외 없이 ‘부분공간- 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을 생산한다.

여기서 이 둘이 반복되는, 하지만 서로 상쇄시키는 효과로 인해 그 자체가 무화되는 진동의 재진입(re-entry)과, 그 둘 중 유표를 생 산하는 조정의 재진입이 결정적이다. 이것은 진동으로 제시된 가능 성 가운데 비선택되는 면의 배제와 선택되는 면의 포함을 – 한 순 간에 – 현재화시킨다. 비선택된 면의 타자준거적 관련과 선택된 면 의 자기준거적 관련의 조합을 통해,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 간)’은 ‘부분공간-경계-부분공간(전체공간)’에 재진입한다. “자기 (Selbst)”는 무표 상태의 자기로부터 유표 상태의 자기를 구별하여 지 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이전-작동-이후’의 시간 관계에서 ‘상태-작동-상태’의 작동을 통해 ‘구조-과정-형식’을 생성시킨다.

루만이 이 내용을 정식화한 것은 바로 이 사유체계가 복잡성 개 념의 추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루만 은 이미 70년대부터 세계의 다양성을 의식의 능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철학적 체계의 구상에 반대하면서, 세계와 체계의 차이를 고려하는 이론 구상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그 구상은 세계 안에서 체계와 환경의 복잡성 격차에 주목하며 다의적인 복잡성 개념의 사 전 정의를 필요로 한다(루만, 2018b: 324-327). 루만은 그 시점에, 체 계복잡성과 환경복잡성 외에도, – 유기체적 체계들에는 주어지지 않은 – 의미체계들의 선택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미규정되었거나 규정 불가능한 복잡성과 규정되었거나 규정 가능한 복잡성의 구별 을 동시에 고려하는 도식을 구축해 두었다.

복잡성의 두 가지 구별의 네 가지 구체적인 사례들은, 이 글(III장 과 IV장)의 그림 12 모두에서 네 가지 화살표와 일치한다. 이 표 에서, 세계로 귀속되는, 규정되지 않았거나 규정 불가능한 환경 복 잡성은 그림 2에서 화살표 1의 결과이다. 이것은 무표 상태이다. 체 계 상대적 환경 구축의 결과로서 규정되었거나 규정 가능한 환경 복잡성으로 환원된 것은 그림 2에서 화살표 2의 결과이다. 규정되었 거나 규정 가능한 체계 복잡성은 명시적 구조들과 과정들의 영역으 로서 그림 2에서 화살표 4가 가리키는 지역이다. 2와 4는 모두 유표 상태이다. 미규정되었거나 규정 불가능한 체계 복잡성은 잠재적 구 조들과 과정들의 영역으로서 그림 2에서 화살표 3이 가리키는 지역 이다. 네 가지 영역들이 그 세부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이런 정도로 일치한다는 점은, 스펜서브라운과 루만이 모두 인식의 근본적인 문 제를 천착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1>

미규정된 복잡성과 규정된 복잡성 및 환경 복잡성과 체계 복잡성

환경 체계
미규정된/규정 불가능한 복잡성 규정 환원
미규정된/규정 불가능한 환경 복잡성(세계) 1 규정 미규정된/규정 불가능한 체계 복잡성(잠재적 구조들과 과정들의 영역) 3
규정된/규정 가능한 복잡성 규정된/규정 가능한 환경복잡성(체계 상대적 환경 구축) 2 규정된/규정 가능한 체계 복잡성(명시적 구조들과 과정들의 영역) 4
환원

[i]출처: 루만, 2018: 327, 숫자들은 필자

이상의 분석은, 지시로 번역될 Bezeichnen을 지칭으로 옮기고, 준거 가 어울리는 Referenz를 지시로 옮긴 토대에서 사라지는 사건과 생겨 나는 사건이 서로를 지시하는 연관을 체계라고 유포하는 철학적 체 계이론적 해석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Bezeichnen은 indication에 대한 루만의 번역어인데, 스펜서브라운 연구자들은 루만의 Bezeichnen을 “Hinweis”나 “Anzeige”의 의미로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쇈팰더- 쿤체(Schönfälder-Kuntze, et al. 2014: 68-69)는 스펜서브라운의 indication 이, 번개 침이 다음 순간에 천둥이 울릴 것을 예고하는 경우를 표현 한다고 한다. 순수하게 작동이 일어나는 순간만을 지칭하며, 그 작 동이 발생한 결과 나타나는 효과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펠릭스 라 우(Lau, 2015)는 이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스펜서브라운의 indication을 “가리킴”을 뜻하는 “Anzeige”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연구자는 모두, indication과 Bezeichnen이 대상을 전제하지 않을 뿐 아 니라, 그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부르기와 넘기의 행동만을 뚯한다고 본다. 작동과 작동의 성과를 분리하여 사고하여야 하며, 그 성과는 다음 순간 나타나는 Referenz 개념으로 표현된다.

Referenz는 체계이론적 사고에서, 구별하여 지시된 것이, 하나의 표 시를 통해 무표의 배제와 유표의 포함을 통해 관찰을 가능하게 한 다는 뜻이다. 이것은 언어학적 의미에서 타자지시나 자기지시가 아 니다. 그 개념은 자기준거적인 구별작동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지 지대를 표현한다. 루만이 1970년대에 “규정 불가능한 것과 전제조건 없는 것 안에” 복잡성 환원 기제를 구성하고자 했던 의도에 부응한 다(루만 2018a: 19). 자기준거만을 토대로 삼아서 존재할 수 있는 주 체와 달리, 루만의 체계는 비선택의 타자준거와 선택의 자기준거의 공동 작용을 통해 비로소 성립할 수 있다. 구별하여 가리킴의 효과 로서, 타자준거와 자기준거의 차이가 생성되어 관찰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타자준거는 그림 2의 셋째 칸에서, ‘A-B’가 되 고, 자기준거는 ‘B-C’가 맡는다. 사회적 체계인 소통의 경우에는 ‘정 보의 통보’가 타자준거이고, ‘통보의 이해’가 자기준거가 되는 셈이 다.7)

그런데 이러한 관계를, 구별하여 지칭하고 표시를 통해 타자지시 및 자기지시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면, 구별과 지칭을 통해 실체화 된 복수의 대상들이 상호 지시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 렇게 표현하는 이들은 실제 그렇게 이해하고 사유한다. 정성훈은 “재진입” 개념을 배제한 자기생산체계를 해석하면서, 하나의 사건 안에서 시간이라는 “상상적이지만 현실적인” 공간에서 사건들의 선 택이 이루어지는 점을 보지 못한 채, 체계 개념을 이어지는 두 소통 의 조합으로서 이해한다.8) 정성훈의 해석에 의존한 장춘익은 『사회 의 사회』에서, Referenz가 Fremd와 Selbst와 복합어를 이룰 때에는 타 자“지시”와 자기“지시”로 번역하면서 Systemreferenz처럼 체계와 복합 어를 이룰 때는 “관계”의 의미로 번역한다. Referenz를 어떤 경우에 는 “지시”로 어떤 경우에는 “관계”로 번역한다. 하지만 루만이 자신 의 핵심 용어를 경우에 따라 달리 썼다고 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것은 번역자가 자의적으로 텍스트를 왜곡한 것이다.

그리고 이 왜곡은 체계와 환경의 동시성을 가지고 주체와 객체의 병행존재론을 극복한 루만의 핵심 사유를 무효화시킨다. 이 오류의 여파는 이 부분이 이론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이론 전 체의 골격을 무너뜨린다. 루만은 모든 구별은 첫구별이고 그래서 같 은 구별이라는 발견에서 출발하여 그 구별의 구조와 과정 및 형식 을 완성시킨 후, 바로 그 관찰 프레임으로 일관성 있는 관찰을 하였 다. 그리고 이 내용은 빈번하게 “관찰의 관찰”이나 “구별의 구별” 같은 간결한 표현 속에 함축되어 있는데, 이것은 “(환경에 의한) 관 찰의 (체계에 의한) 관찰”이나 “(환경에 의한) 구별의 (체계에 의한) 구별”이라는 뜻이다. 소통의 경우에는 “(의식에 의한) 관찰의 (소통 에 의한) 관찰”이나 “(의식에 의한) 구별의 (소통에 의한) 구별”을 뜻 한다.

그런데 국내철학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이 내용은 “(첫째 소통에 의한) 관찰의 (둘째 소통에 의한) 관찰”로 읽힌다. 그리고 그들은 실 제로 그렇게 읽는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과 독서는 자기생산체계를 상징적 상호작용론적 대화이론으로 호도한다. 당사자들이 체계이론 가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고자 한다면, 이러한 오독을 반드시 수정하 여야 할 것이다.

루만은 조지 스펜서브라운의 논리만이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유 일한 방법이라고 보며(1990: 93), 그 방법만이 세계를 “지식의 대상 이” “아닌” 것으로 다룰 수 있는(1999: 177) 유일한 방법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루만이 재진입 유형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경향은 갈 수록 뚜렷해지며, 1990년대 이후의 저작들(1990, 1995[2012], 1997)이 나 유고들(2000, 2002a[2015], 2002b)에서는 재진입을 알지 못하고 텍 스트의 메시지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회의 과학』에서 는 30번 이상 스펜서브라운과 “재진입”을 호출하며, 루만의 유고 가 운데 하나인 『사회의 정치』(2000a: 129)에서는 이 개념을 만들어준 스펜서브라운에게 텍스트의 본문에서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한다. 차 이논리적인 출발 상황을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고서는 루만의 체계 이론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루만의 “자기생산체계” 개념은 실체이론의 한계들을 극복할 장 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 개념은 첫째, 하나의 개념만으로, 현실의 구 조와 과정 및 형식을 서로 관련된 가운데 기술하고 있다. 둘째, 그 개념은 자기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기술할 수 있다. 셋째, 그 개념 은 현실에 관해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 해 루만이 추진한 자기생산체계 개념은 다양한 측면에서 풍성한 사 회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 개념은 기본적으로 자아와 타자를 관찰자와 관찰대상으로서 치환하면서,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 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 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그 이론은 타자와 자아의 사회적 관계, 이 전과 이후의 시간적 관계, 다른 면과 이 면의 사실적 차이라는 세 가지 이론 측면을 동시에 다룬다. 그래서 세 가지 개별적인 관계가 다른 관계들과의 관계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봄으로써, 새로운 일반 화 이론의 프레임으로 사용될 수 있다(예, 이철, 2017).

이 이론은 또한 분화이론적인 강점이 있는데, 그 점은 모든 작동 이 다른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는 작동인 동시에, 그 결과 그 작 동 자신이 구별된 상태가 된다는 점에 근거가 있다. 즉 그림 2에서 A라는 환경의 맞은편에서 ‘B-C’가 체계로서 생성되면서, 그 자체가 내적 환경인 B와 내적 경계를 통해 구별된 부분체계의 구성을 갖추 고 있다. 그래서 모든 작동은 체계 내에서 스스로 분화되는 작동이 며, 그 작동이 반복되면 체계는 전체체계로부터 분화독립화되어 생 성된다.

그밖에도 이 개념은 구조와 행위를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다룸으 로써, 그 둘을 시간 차원에서 통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이철 2011), 이 글에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작동 과 관찰의 구별에 주목하면, 사회의 구조와 사회의 문화(의미론)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이철, 2013, 2016).

이 개념과 이론은 무엇보다도, 위계화되지 않은 구도를 갖추고 있다. 자아와 타자, 체계와 환경, 개인과 사회, 전체사회와 부분사회, 시간의 이전과 이후는 이론 내에서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주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이론은 중립화된 관찰도구를 제공 하면서, 현실에 적합한 사회 통합 방안들을 고민할 수 있는 사유를 제안하고 있다.

Notes

[2]이철, 2014, 2015가 스펜서브라운을 다룬 유일한 국내 문헌일 것이다.

[3]이것은 물론 유표와 무표가 각각 다른 부분공간에 배치된, “(m-경계-n)-경계-(m- 경계-n)(전체공간)”의 경우를 포함한다.

[4]첫째 줄은 Spencer-Brown 1969, 46쪽의 E 1(등식 1), 둘째 항과 셋째 항은 48쪽의 E2(등식 2)와 E3(등식 3)을 참조할 것.

[5]“경계는 요소들을 나누기는 하지만, 이때 반드시 관계들까지 나누는 것은 아니 다. 경계는 사건들을 나누지만, 인과적 효과들은 통과시킨다”(Luhmann, 1984: 52).

[6]즉 관찰 작동은 구별함과 지시함을 통해 환경과 체계 모두와 연관되어 있다(이 점은 위 그림에서 각각 화살표 1,2와 3,4로 표현되어 있다). 루만은 이 점에 근 거하여, 인과성을 가지고 체계를 설명하는 관점을 기각하고, 자기준거적 작동이 체계와 환경에 인과성을 분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Luhmann, 1984: 26). “체계 경계들은 원칙적으로 인과성의 효과 영역의 경계들이 아니다. 인과 과정들은 환경에서 체계로 그리고 체계에서 환경으로 흘러 들어간다.”(Luhmann, 2009a: 134, 하버마스 2018: 259, 각주 18에서 재인용)

[7]다른 관점에서의 다음 설명(Luhmann, 2009b: 26)을 참조하라. “존재론 자신을 포 함해서 모든 것은 어떤 구별이 관찰의 근거가 되는지에 달려 있다. 구별과 지 시는 이때 관찰자의 작동으로 파악된다. 이 관찰자는 고유한 다른 작동과의 관 련에서 작동한다. 말하자면 체계로서 작동한다. 말하자면 그는 환경에서부터 관 찰하는 것을 통해서 분화한다. 그리고 그는 그가 자신을 환경으로부터 구별하 면서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세계는 항상, 하나의 분화, 말하자면 형식 형성, 즉 경계 형성이 자신 내에 도입되는 것을 관용함으로써만 관찰될 수 있 는 “무표 상태”에 머무른다.

[8]자세한 논의는 이철 2011, “구조/행위 대립 극복으로서 루만의 커뮤니케이션 체 계”, 『한국사회학』, 제45집 5호(2011년), 143~167, 특히 160쪽의 표1, “커뮤니케 이션 체계의 작동”을 참조하라. 베르크하우스, 2011: 43-47쪽에서도 소통 작동의 작동 방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9]정성훈(2009: 49)은 간접적이라는 단서를 붙여, 사라지는 요소와 새로 생겨나는 요소가 서로를 자기라고 지시하는 작동 과정의 그물망“으로서 체계를 설명하였 다. 정성훈은 그 과정에서 루만이 명시적으로 체계 바깥에 있다고 말한 네 번 째 단계를 체계를 구성하는 필수 요건으로 취하여 사라지는 소통과 생겨나는 소통의 연결점으로 삼는다. 그렇게 하면서, 루만이 “규정 불가능한 것과 전제조 건 없는 것 안에”(루만 2018a: 19) 이론을 구축하려 고심했거나, 사회적 체계가 발현하는 순간, “상이하게 선택적인 연결의 성과만 있지, [발현된 것]을 취하는 실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Luhmann, 1984: 159) 설명을 무시한다. “간접적”이 라는 단서로는 설명의 오류를 완충해내지 못한다. 이 작은 차이로 인해 루만의 체계 이론은 붕괴된다. 독자들은 자기생산적 체계 이론의 사유에 진입하지 못 한다.

이철

은 빌레펠트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양대학교 행정경찰학부에 재직 중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저서(『예 술체계이론(사회의 예술)』 등)를 다수 번역하였으며, 『작동이론의 인식론 적 장점들 ― 니클라스 루만의 자기준거적 자기생산체계 이론의 보기에서』 (현상과 인식)을 비롯한 논문을 다수 집필하였다. 주요 관심사는 니클라 스 루만의 체계/환경-차이 이론의 깊은 함의들을 맛보면서, 그 이론들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설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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