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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화인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본 화인 사회의 초국가성: 린위탕의 장편소설 “Chinatown Family”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의 목적은 미국 이민소설에 등장하는 초국가적 현상에 대한 특성들을 분석해 보는데 있다. 특히 화인 작가 린위탕(林語堂)의 소설 “차이나타운 패밀리(Chinatown Family)”를 중심으로 이주민 사회 속에 내 재되어 있는 초국가적 현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차이나타운”은 고국으 로 돌아갈 수 없는 자로서의 이방인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서구사회에서 그들만의 결집력을 분출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초국 가적 장소이다. 여기서 초국가란 초지역을 포함하는 범주로서 국가·민족 의 개념을 뛰어넘는 의미의 초(超)가 아닌 경계를 밟고 넘어 오가는 월 (越) 또는 과(跨)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초국가성을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현대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탈국가화 현상 즉, 특정 국가의 경계나 이익을 넘어서는 세계화 시 대의 문화적 사회상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디아스포라 문인들 의 작품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점인 초국가성을 탐구해 보았다. 린위탕의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은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모국(母國)과 이국(異國)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정 체성을 형성해 가고 있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초국가적 공간에서 살아가 는 주인공 톰(湯姆)의 삶을 통해 형성되어지는 초국가적 주체성을 함의 하고 있다.

본 논문이 주목하는 바는 초국가성이 국가·민족을 뛰어넘는 사유방식 이 아니라, 국가의 경계를 넘었을 때 더 좁게 죄여오는 지역의 경계라는 것이다. 작은 중국으로 형성된 “Chinatown”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대표하 는 공간인 동시에 중심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지역이다. 이곳은 지리적으 로 닫힌 공간인 동시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공간인 반면 도전적이 고 주체적인 사회활동 공간이 된다. 미국 이민 사회 속에서의 초국가성 은 국가의 경계 속에서 생성되고 파생되는 “초국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Translat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analyze the narrative of the transnationality in American immigrant novels. In particular, I examined the transnational phenomena inherent in the immigrant society, focusing on the novel “The Chinatown Family” written by the novelist Lin Yutang. “Chinatown” is a time and space where foreigners as people who can not return to their home country can feel the nostalgia of their hometown, and can project their own bond in western society. In this category, the transnation is a category that includes trans-region, and it is “越” or “跨” which means across borders, rather than across national and ethnic concepts.

The reason why I wanted to deal with the transnationality in this paper is to understand the cultural and social aspects of the era of globalization that transcend the boundaries and interests of a particular country in the modern society. To that end, I wanted to explore the transnationality, which is a common feature of the Diaspora literary works. The characters in Lin Yutang's work are not limited to one place, but are creating new spaces by crossing the boundaries between the mother country and foreign countries. The transnational identity is created through the life of the main character Tom(湯姆) who lives in a transnational space.

What this paper highlights is not that the transnationality in a way of overcoming national and ethnic barriers but rather that it is what immigrants feel when crossing national borders. “Chinatown” is both a representative space for their identity and an area driven from the center to the periphery. While this is a geographically closed space, it is also a space experiencing social isolation, making it a challenging and subjective social activity space. The transnationality in the American immigrant community is a “transnational identity” created and derived within the boundaries of the state.


들어가면서

I.

191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초국가성은 이주민의 정체성 과 관련된 담론을 시작으로 이어져 왔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초국 가주의는 노동시장의 이민과 자본계층, 종교적 공동체와 NGO운동 으로 확장되었다. 오늘날 초국가성은 국가·민족 담론의 경계를 넘어 세계화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이주와 같은 가치중립적인 현실로부 터 신자유주의 억압적 현실과 진보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 의 의미1)’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통합의 이면에는 국제체제의 역사 전반에 걸쳐 그래왔듯이 원심적이고 분열적인 경향 속에서 오히려 민족주의가 강화되기도 한다(Halliday, 2001). 기존의 국가적 장벽이 약화되고 있으나, 이와는 달리 민족과 민족주의의 연계성은 더욱 강 화되고 있는 것이 현 세계질서의 새로운 특징이다. 지구화는 민족·국가의 외연 밖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국가 내부로 환류 (還流)되어 새로운 방식의 수렴과 적응을 주문하고 있다 하겠다. 이 렇게 보면 민족이란 단위는 지구화의 질서 속에서 전혀 상반된 방 식으로 대립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만은 아니다(전형권, 2004).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는 세계화 담론이나, 초국가담론들의 기저 에는 이민사의 역사적 뿌리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 이민 의 역사는 10세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여러 계층의 중국 인들이 소규모로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16세기 말 시작된 제국주 의에 의한 식민지화로 인해 집단이주가 나타났고, 19세기 이후부터 대규모 이민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화인 문화권이 형성됨에 따 라 화인 작가들의 역할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린위 탕(林語堂. Lin Yutang: 1895-1976)은 등장은 서구 세계에 동양의 문 화를 소개하고 전파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린위탕은 중국 푸젠성 장저우에서 6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중국 고전문학에 정통했고, 목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신학을 공 부하기도 했지만, 일찍이 포기하고 영문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 국 광둥성 푸젠성은 고대로부터 항구로서 항로를 통한 외국문물이 오가는 통로였다. 린위탕은 어려서 일기장에 형과 함께 강으로 오가 는 커다란 선박들을 목격했던 경험과 느낀 점들을 서술하기도 했다. 이처럼 린위탕에게 서양문물의 유입과 중국의 변화는 정체성 형성 과정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물론 한국 중국현대문학 논단에서 린위탕은 주도적 위치를 선점 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가 두 번이나 방한한 기록과 한국에서 편집· 출판한 세계문학전집에 그의 초기 작품 『생활의 발견(The Importance of Living)』이 수록되어 있고, 최근까지도 린위탕의 작품이 번역 및 개정 출판되어2)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현실에 비 추어 볼 때 본 연구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린위탕의 소설과 한국 디아스포라 문인의 작품을 비교한 명지대 석사학위 논 문, 린위탕의 산문을 연구한 숭실대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된 바 있 다.3)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작품은 린위탕이 1939년부터 1964년 까지 미국에서 영어로 집필한 총 아홉 편의 소설작품 중 “Chinatown Family(차이나타운 패밀리, 1948)4)5)와 중국 섬서사범대에서 번역 출 판한 “唐人街”이다.6)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이 마주하고 있는 이주민 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초국가 성과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초국가적 정체성에 대해서 탐구해 보 고자 한다.7) 그동안 자유주의 중도파 노선을 고집한 린위탕이 중국 근현대 역사의 궤도와는 어긋나면서, 한국의 중국 문학계에서 린위 탕의 작품은 장기간 소외되어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린위탕의 연구들은 대부분 문학적 분석 의 틀 속에서 이해되거나 중국문학의 아류(亞流)로 분류되어 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린위탕을 단순히 중국문학의 아류(亞流)작가 가 아닌 ‘이민사회 화인 작가’의 위치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특히 린위탕의 소설 “Chinatown Family”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 해 국가, 민족, 인종의 정체성을 초월하여 전개되는 초국가성에 주 목해 보려고 한다. 또한 이민자의 입장이 아닌 그가 속한 공동체 속 에서의 동화과정을 통해 작가의 초국가적 세계관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작품 속의 이주민들은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사회적 배제와 소외 를 넘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생존하기 위해 동화와 기존의 정체 성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린위탕의 작품 속에 등 장하고 있는 인물들은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모국(母國)과 이국 (異國)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정체성을 형성해 가고 있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초국가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톰(湯姆)의 삶을 통해 형성되어지는 초국가적 정체성이 이민자의 위 치에서 본 단순한 동화적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고 자 한다.

오랜 역사적 사실을 지니고 있는 중국의 이민사는 오늘 날 전세 계 어느 나라를 가도 있는 차이나타운을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이처 럼 중국의 이주민들은 역사의 이주를 통해 동양의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고, 역으로는 서구의 기독교적 문화와 세계관을 중국으로 수 입하는 중계자 역할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화인문화권이 형 성 되었고, 화인작가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제 화인작가 린위탕의 작품을 통해서 화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주체성을 사회적 맥락 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초국가주의의 이론적 탐구

II.

초국가주의는 세계화 혹은 전지구화의 의미와는 거리를 두고 있 다.8) 세계화와 지구화가 이야기하는 국가와 지역 간의 경계 허물기 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이것은 아리프 딜릭이 말하는 것처 럼 환경학이나 사회학에서만 실현 가능한 이론이다. 그러나 초국가 주의는 특정한 지역, 즉 우리가 현실적으로 밟고 있는 경계들을 넘 어가는 월경(越境)이라는 점에서 체험 가능하다. 본 작품에서는 주목 하는 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주인공 톰이 꿈꾸는 초국가주의는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는 의미가 아니라9) 상상 속의 ‘초국가 공간’에 서 형성되어지는 ‘초국가 정체성’인 것이다.10)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함께 등장한 초국가주의(超國家主義)는 극 단적인 민족주의로 인식되어져 왔다. 과거 좁은 의미에서 국가와 국 민의 이익을 촉진하게 하는 극단적인 내셔널리즘으로 ‘자국에 대한 극단적인 헌신’ 즉, 국수주의(國粹主義)로 이해되었다. 시프리언 블래 마이어스(Cyprian Blamires, 2005)는 초국가주의를 히틀러의 나치즘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즉, 초국가주의 그 자체로 ‘과거의 역사적 위업 등을 문화적, 정치적, 신화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적과의 싸움에서 거 리낌 없는 정당화를 위한 것’으로 정의했다.

최근의 초국가성 연구자들 사이에는 초국가성이 국민국가를 초월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국가의 경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것을 횡으 로 넘나드는 행위와 경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라는데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이철우, 2008) 배쉬 외(Bash, 2004)는 초국가성의 담론 을 논한 저서 『고삐 풀린 네이션들(Nations Unbound)』에서 “세계 각 지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밖에 살고 있지 않는 이주민”을 역 설하면서 “복수의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영토국가의 헤게모니 에 도전하는 ‘초이주자’(transmigrants)의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늘 날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초국가주의는 사회학과 정치학 의 넓은 의미에서 이해되었다. 소이살(Soysal, 1994: 1996)은 초국가성 을 단순히 글로벌하다는 의미로 치환시켜 사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민국가의 수준을 넘어서는 ‘초국가적 규범질서의 등장’을 설 명하면서 지구화(globalization)로 정의하였다. 이에 반해 커니(Kearney, 1995: 548)는 초국가성의 의미를 지구화(globalization)와는 구별하여 설명하였다. 즉, 지구화는 특정 국가의 영토로부터 탈국가적 성격을 함의하고 있지만 초국가성은 하나 이상의 국민국가에 정착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스미스와 과르니조(Smith and Guarnizo, 1998)는 일부 연구들에 의 해 초국가적 이주자들이 ‘자유롭게 부동(浮動)하는 사람들’로 묘사되 고 있는 것에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민 중심의 ‘밑으 로부터의 초국가성’보다는 국가 간의 역할이 강조되는 ‘위로부터의 초국가성’을 더 주목한다. 이에 대해 헤이슬러(Heisler, 2000: 90)는 초 국가성 논의가 국가를 “주변 지위로 하락시키고 있다”고 있다고 주 장했다.

보스니악(Bosniak, 2002: 987-998)은 초국가성 연구자들에 의해 광 범위한 범위 내에서 산만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초국가성의 담론을 비판하였다. 그는 국경을 가로질러 펼쳐지는 이주자의 경험과 실천 에 초점을 두는 경향과 국경을 넘어 정치적 작용을 펼치는 송출국 정부 및 엘리트의 도구적 국익 추구에 주목하는 흐름이 뒤섞여 있 어 초국가성의 개념과 논의가 매우 애매한 상태에 있다고 비판한 다.(이철우, 2008)

워터스(Waters, 1995: 126)는 초국가주의가 단순히 경제적 차원뿐 만 아니라 정보통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지구적 보편문화(global culture)를 탄생케 하는 반면, 개별문화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는 결과 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포르테스(Portes et al., 1999: 219-221) 등은 개 인적 주체의 경험 및 실천으로서의 초국가성과 국가 전략으로서의 초국가성에 대한 언급이 혼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분석단위를 혼효 한 결과라 비판하고, 초국가성 연구는 개인과 그가 맺는 네트워크를 분석단위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철우, 2008).

이상의 논의들을 종합해 볼 때 초국가주의는 지구화, 초국가성 등의 용어로 논의되고 있으며, 초국가적 이주민의 지위와 역할 중심 으로 연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초국가성을 초국 가 정체성과 주체성으로 분류하고, 초국가적 정체성(正體性: identity) 을 경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존재(자신)의 인정(認定)이로, 초국가적 주체성(主體性: independence)은 경계를 넘나드는 의지(意志)로 정의한 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초국가성이 국민국가를 초월하는 것이 아 니라 국민국가의 경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것을 횡으로 넘나드는 행위와 경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라는데 주목하여 이주민 개인이 맺 고 있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작품 공간 속의 초국가주의 정체성

III.

린위탕의 소설 “차이나타운 패밀리(Chinatown Family)”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톰은 총 세 번의 경계를 넘는다. 먼저 자신이 태어나고 유 년기를 보냈던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면서이고, 미국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면서이다. 마지막으로는 뉴욕의 미드타운 (Midtown)에서 차이나타운(Chinatown)으로의 이사를 하면서11) 외부적 환경의 경계를 넘게 된다. 앞서 초국가는 초지역을 포함하며, 초국 가는 가시적인 경계를 넘어가지 않고서도 한 지역 내 일상생활·정신 운동을 통해 발현된다는 점에 대해서 보았다.12)

중국에서 자라고 있는 유년 시절의 톰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자세 한 기억이 없다. 광저우 지역에서 태어난 톰은 어머니와 여동생, 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가끔씩 오는 편지와 그 속에 동봉되어 오는 수표(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수표) 한 장을 통해 감지할 뿐이다. 다행이 동네에 미국에서 오랜 시간 노 동을 하다 귀국한 할아버지가 있어 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간접적으 로 접할 뿐이다.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과장되고 포장된 모험담에서 톰은 아버지와 미국을 간접경험하게 된다.

톰에게 아버지와 미국은 상상속의 인물인 동시에 환상의 세계 그 자체이다. 그렇게 톰은 아버지가 속히 돈을 벌어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톰에게 아버지와 미국은 동등한 존재로 치환될 수 있는 세계이다. 뒤엉켜 존재하는 상상 속 이미지 속의 미국과 아버지는 ‘꼴라주’로 승화되어 늘 톰과 함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톰은 할아버지의 모험담을 통해서 초국가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극소적으로 결집된 선험적인 초국가 경험을 통해 지리상 실존하는 국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미국으로의 이주·아 버지와의 재회를 갈망한다.

톰은 실제적으로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타지역·국가로 이주 해 가지 않았지만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할아버지가 이야기해 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톰이 상상하는 미국은 할아버지의 과장 된 화법으로 인해 실제의 모습과는 다른 변형된 ‘꼴라주’ 형태로 존 재하고 있다. 심지어 톰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의 ‘실제적 초국가’ 를 기다리며 이를 지체하는 요인인 외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철없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톰은 매우 미국으로 가고 싶었다.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톰은 때로는 속으로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 의 불순한 생각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13)

할머니의 죽음과도 바꾸고 싶었던 미국으로의 이주가 현실로 다 가오자 톰은 할머니를 잃은 슬픔보다는 아버지를 만나고, 지금보다 는 큰 집에서 살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동안 종갓집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과장되고 포장되었던 이야기들의 실체를 톰 은 첫 번째 경계를 넘는 순간 깨닫게 된다. 막연한 상상 속에서 이 야기를 통해 형성 되었던 초국가성은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위 기를 맞게 된다. 평화로운 국가에서 간섭 받지 않고 살수 있다는 아 버지의 엽서를 보면서 자유의 여신상을 꿈을 꾸던 과거의 희망은 산산이 부셔졌다.14)

3가에 위치한 세탁소는 새장만한 크기였다. 톰과 에바, 그리고 그들 의 어머니까지 이를 보고 너무나 실망했다. …국외이든지, 아니든지, 여 기가 바로 그녀의 집이었다.15)

할아버지를 통해서 톰이 간접적으로 선험했던 가상의 미국생활은 실제적 초국가 이주를 통해서 무너져 내린다. 톰이 상상했던 아버지 가게는 매우 크고, 미국의 최신식 기계가 있고, 미국사람들로 가득 차고, 여기저기서 영어로 주문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세탁소는 꿈에 그리던 화려한 현대식 공간이 아니라, 땀과 열기만 가득한 노동의 현장이었다. 당시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세탁소를 운영 했다.16)

실제적 초국가로의 이주 이후 현실 속에서 초국가적 정체성을 형 성해 가던 톰은 두 번째 경계와 마주하게 된다. 화려하고 번화한 뉴 욕의 업타운이 아닌 외곽지역의 미드타운에서 세탁소의 아들로 톰 은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엘리스와의 신분 계급 차 이에서 초래되는 장애를 확인하면서 톰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17) 톰은 엘리스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녀에 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다.

엘리스는 중국 교육부에서 뉴욕 차이나타운으로 파견한 규수 집 안의 여인이었다. 그는 중국 표준어인 보통어를 사용하였고, 고전 중국문학을 전공하여 공자와 장자에 대해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물 론 그녀의 부모들도 중국 명문가 집안의 후손으로 중국의 전통문화 와 문학에 정통한 분들이었다. 하지만 톰은 광둥어를 사용했고 중 국 한자도 쓸 줄 몰랐다. 그의 장점을 꼽는다면 어려서부터 뉴욕에 서 자랐으니 영어를 잘하는 것뿐이었다. 모든 것에 해박한 엘리스 를 보고 있노라면 노동자 계급인 자신의 처지로 인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 꿈은 아버지가 사망하고 ‘차이나타운’으로 이사를 하면서 넘게 되는 세 번째 경계로부터 시작이 된다. 린위탕의 작품 속 주인공 톰 은 초국가적 경계는 넘었으나 지역의 경계에 재편입된 세탁소 안에 서 또 다른 초지역의 꿈을 꾸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자본은 증식되었 으나 마주하는 신분의 한계는 여전하고, 혈통으로는 연결되나 극복 할 수 없는 언어의 장벽들은 결국 경계 넘어 경계에 부딪히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초국가란 단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서는 은유로서의 네이션18)’만이 국가와 자본 에서 해방된 초국가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톰은 아버지의 경제적 자본의 축적으로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모 호했던 실제적 초국가의 경계는 넘을 수 있었지만, 신분의 차이라는 현실적 경계를 넘기에는 쉽지 않았다. 여기서 톰은 중국인으로서의 민족주의 정체성은 초월하고 있으나, 미국 내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사회 내부에서의 경계는 넘을 수 없었다. 결국 톰은 미국 사회 내에 서도 타자로 취급되었고, 사랑하는 여인과도 계급의 차이로 인해 쉽 게 다가갈 수 없는 복합적인 초국가 정체성의 한계를 마주게 된 것 이다.

작품 속의 시대적 상황은 미국의 주류 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제되 고 차별받는 이주민들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톰은 여권 (女權)의 신장도 교육의 기회도 동일하게 박탈당한 상태에서 세탁소 집 아들이라는 숙명을 풀어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톰은 자신의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 었다. 현실적 초국가 사회 구조 속에서 신분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갈망은 자본 이전에 의식의 변화를 요구했고, 사랑의 힘이라는 강력한 열망을 전제로 했다.

역설적이게도 톰이 엘리스에게 자신의 의지를 향한 사망선언을 고하는 순간 이별은 새로운 결합 의지로 배태되게 된다. 이별이란 다시 돌아오려는 의지의 출발점인 동시에 더 강열한 연대성을 호소 하게 된다.19) 톰은 엘리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의지의 경계를 넘어 신분의 한계를 정면 돌파하게 된다. 주인공 톰에게 있어서 의지의 경계는 자아와 세계의 경계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마주하는 자리 였다. 여기서 신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은 초국가적 정체성을 확인함 과 동시에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작품 속에서의 할머니의 죽음은 가족과 만남으로 이어졌고, 상상 속의 초국가 소멸은 냉정한 현실과의 마주함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이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으로 연결되었듯이 죽음과 이별이라 는 갈라짐을 통해 강력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진정한 초국가의 실재 가 창출되는 것이다. 경계는 어느 한 부분의 끝이기도 하지만 시작 이기도 하다. 주인공 톰의 경계 넘나듦은 과거의 끝인 동시에 미래 에 향한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는 톰이 가지고 있었던 상상 속 초국 가의 소멸인 동시에 새로운 실제적 초국가 현실과의 마주함 이었다.

작품 공간 속의 초국가주의 주체성

IV.

화인문학 작가들은 국가를 벗어나 경계를 넘었지만 그들이 속한 곳은 또 다른 지역은 다름 아닌 국가였던 것이다. 화인작가 린위탕 은 경계 너머의 경계와 마주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초국가적 주체성 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대체로 이주민 작가들 중 특히 화인문학 작가들은 일정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차이나타운 패밀리”라는 작품이 쓰이어질 당시 중국이라는 정치·역사·문화적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통념과 특정 체제에 불응하 는 작가들은 떠돌이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문학적 이상을 표현하고 다양한 개성을 분출 하는 과정에서 초국가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톰의 아버지(馮老二)는 국가의 개념을 초월한 사람이었다. 그렇다 고 해서 그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었다. 린위탕이 차이나타운 패밀 리를 쓰기 시작했던 시기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지구적 동란 의 시기였다.20) 미국 군대가 일본과의 전쟁으로 중국으로 파병되었 고, 심지어 북경에 미군 주둔이 논의되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의 항 복 이후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 적 대결로 국내전쟁이 한창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린위탕은 국가와 정부, 인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작품을 통해서 피력하 였다.

우리 중국인들의 문제는 혼자는 맞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일 어나 그들과 맞서 싸운다면 오히려 그들은 당신을 좋아한다. 그러나 싸 우기를 포기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매우 얕볼 것이다.21)

린위탕은 톰의 아버지의 생각을 통해 국가를 대중(민중)의 신앙과 역사적 풍습 속에서 개개인의 관계를 통해 연명하는 공동체라고 정 의한다. 물론 톰의 아버지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남다른 사람이었 다. 수년 동안 철통에 모아두었던 돈을 국가를 위한 모금 사업에 흔 쾌히 기부할 만큼 국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국가와 개인에 대한 역학관계에서 만큼은 자유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지역)국가에서 생존을 위해 고달픈 육체노동으로 자본을 축적하 는 이방객에게22) 정부·정치만으로 순환되는 국가 구조보다 오히려 차이나타운이야말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동체였다.23)

그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만일 국가가 없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러 가지 일들이 증명하듯 이, 중국인 이주민(디아스포라)들에게는 정부라는 보호막이 딱히 필요로 하지 않았다.24)

중국 정부는 그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중국 정 부를 위해 한 일도 없었다. 미국 정부 역시 그에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 또한 미국 정부에 관심이 없었다. … 그는 중국을 사랑했다.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게 중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일종의 군중(시민)사회였다 – 단지 동일한 신앙과 풍습을 가진 사람들 이 모여 살아가는 군중(시민)사회였다.25)

이러한 연유로 인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화인 이주민들은 차이 나타운으로의 입성을 꿈꾸며 소망했다. 가족·공동체·지역에서 형성 되는 초국가 경험을 통해 국가와 정부의 실체는 이주자들에게 점점 소멸되어 간다. 톰의 큰 형은 합법적인 경로를 거쳐 미국에 들어 왔 지만, 둘째 형은 불법적으로 이주하였다. 톰의 가족들은 초국가로의 이주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여기서의 개인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거 나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26) 큰 형은 아버지와 함께 눈 코 뜰 새 없이 세탁소에서 일을 했고, 둘째는 인맥과 언변을 동원하 여 보험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들의 생활에 있어서 국가와 정 부의 보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이었고, 노동에 따른 보상이었 다.27)

톰의 온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 세탁소의 모든 업무와 노동을 분 담하고 있다. 지금 톰의 가족에게 꿈은 돈을 벌어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식당을 개업하는 것이었다.28) 때문에 맏며느리 플로라가 독립적 인 경제활동을 원하지만 한 지붕 아래서 가족의 자본은 공동관리 되었다.29) 그들은 평생 땀을 흘리고, 세탁물을 배달하다가 맞기도 하고, 노동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일을 하지만 그렇게 모은 돈으로 중국식당을 개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의 꿈은 현실화가 된다. 톰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 음으로 인해 받은 보상금 덕분에 반지하에서 지상 1층으로 올라가 게 되었다. 이제 작가는 반지하 세탁소에서 반쯤 열린 창문으로만 올려다 볼 수 있었던 세상을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시선으로 그 려낸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넘어설 수 없었던 초지역의 경계가 허물 어지고 초국가적 현실 속의 주체가 된 것이다. 지상 1층 중국식당의 개업은 그동안 꿈의 실현인 동시에 초국가적 현실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었다. 이제 톰의 가족들은 초국가적 현실의 주체로써 반지하 공간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지상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 것이다. 린 위탕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실제적 초국가 현실의 시작을 알린다. 마치 할머니의 죽음이 냉정한 초국가의 경험을 시작하게 하듯이 죽 음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린위탕은 중화의 역 사와 문화가 근대 서양문명과 마주하게 될 때 소멸할 것이지만 이 는 새로운 동양적 가치관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톰의 가족들이 넘나들고 있는 경계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초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나타운의 초 지역적 한계는 미국 사회에서 화인들에게 건네지는 차별의 시선인 동시에 배제의 경계 그 자체였다. 따라서 린위탕은 초지역적 경계를 허물기 위해 자본축출을 통한 구국의식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 톰의 아버지에게 형성된 구국의식은 자발적 인식의 전환으로 생성된 것 이 아니라 실제적 초국가의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압력과 시선에 의 해 발양되는 민족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일전쟁의 발발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30)이 부담스러웠던 톰의 아버지는 일본에 맞서 싸우는 조국을 생각하며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걷기 시작 했다.

화인 이주민들에게 초국가는 기회의 땅이었고, 노동한 시간만큼 자본이 축적되는 땅이었으며,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운 명의 땅이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고향의 향수와 민족적 정서 를 나누며 연대를 이루고 있었지만,31) 지역적으로 고립된 공간이었 다. 하지만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차이나타운은 뉴욕 맨하탄의 끝자 락에 게토(ghetto)처럼 내몰린 공간이었다. 이러한 경계를 뚫고 업타 운과의 단절을 해소시키게 된 계기는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고아들 에게 보낼 지원 기부금 모금운동을 통해서 가능해 졌다. 차이나타운 의 중국인은 모금통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 고 초지역 초자본의 역사를 이뤄낸다. 이처럼 린위탕은 소설 속에서 끊임없는 경계의 확인과 해체를 통해 초국가적 주체성의 의지를 보 여주고 있다.

나가는 말

V.

본 연구에서는 초국가성이 국민국가를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국 민국가의 경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것을 횡으로 넘나드는 행위와 경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라는데 주목하여 이주민 개인이 맺고 있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린위탕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모국(母國)과 이국(異國)의 경계를 넘나들 며 새로운 공간을 형성해 간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초국가적 공간 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톰(湯姆)의 삶은 경계의 넘나듦 이었다. 이 경 계가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방인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 낄 수 있었던 초지역·초국가이다. 여기서 초국가란 초지역을 포함하 는 범주로서 국가·민족의 개념을 뛰어넘는 의미의 초(超)가 아닌 경 계를 밟고 넘어 오가는 월(越) 또는 과(跨)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고국과 일정 간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사람들은 비록 육체는 고국과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심리적으로는 원시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심리적 거리와 는 별개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로서의 이방인은 두 발을 딛 고 서 있는 현지 지역에서도 주변인의 자리로 내몰린다.32) 이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낮선 서구사회에서 그들만의 결집력을 분출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 월한 장소를 결성해 가게 된다. 작은 중국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공간인 동시에 주변부로 내몰린 자들 의 초지역이었다.33)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는 린위탕의 작품 속에서 나타난 초국 가적 정체성과 초국가적 주체성을 주인공 톰과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서 분석해 보았다. 첫째로, 주인공 톰이 총 세 번의 경계를 넘 나들면서 형성되는 초국가적 정체성은 꼴라주 방식의 형성과 실제 적 초국가 경험을 통해서 파괴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 정된다. 톰이 경험하게 되는 초국가성은 막연한 상상 속에서 이야기 를 통해 형성 되었던 희망적 상황이 아닌 냉정한 현실이었으며 사 회적 배제와 힘겨운 노동 시장이었다. 주인공 톰은 초국가적 경계는 넘었으나 지역의 경계에 재편입된 세탁소 안에서 또 다른 초지역의 꿈을 꾸게 된다. 반지하 세탁소에서 지상으로 나오면서 주인공 톰은 사회적 활동의 경계에 있는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둘째로 린위탕은 경계 너머의 경계와 마주하면서 초국가적 주체 성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다운타운과 업타운과의 경계를 전 쟁으로 인해 생겨난 고아들에게 보낼 기부금 모금운동을 통해서 허 물어 버린다. 거리에 나선 차이나타운의 중국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초자본의 역사를 이루어냄으로써 초지역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과거 차이나타운의 초지역적 경계는 미국 사회에서 화인들에게 건 네지는 차별과 배제의 경계였다. 린위탕은 초지역적 경계의 확인과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초국가적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뉴욕 맨 하탄의 끝자락 게토(ghetto)처럼 내몰린 공간에서 화인 이주민들은 그동안 모았던 자본의 힘으로 초국가적 주체성의 의지를 확인한다.

셋째로 린위탕은 초국가적 주체성의 의지는 죽음과 이별, 꿈과 희망의 대치를 이루면서 전개된다. 상상 속의 초국가의 꿈은 할머니 의 죽음으로 이루어지고, 반지하에서 지상으로의 희망은 결국 아버 지의 죽음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경계의 끝은 문자그대로의 끝 이 아니라 새로운 경계의 시작임을 보여주고 있다. 린위탕은 작품의 구성을 통해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근대문명과 마주하게 될 때 비로써 소멸될 것이지만 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동양적 가치관으로 배태 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본 논문에서 논한 초국가성은 국가·민족을 뛰어넘는 사유방식이 아니라, 국가의 경계를 넘었을 때 더 좁게 죄여오는 지역의 경계이 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중국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공간인 동시에 중심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지역 이기도 하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닫힌 공간인 동시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공간인 반면 도전적이고 주체적인 사회활동 공간이 된다. 이 공간 속에서 “초국가 정체성”은 경계를 넘나들며 생성되고 파생 되며 형성된다. 결론적으로 초국가적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은 경계 에서 경험하게 되는 존재의 인정(認定)이며, 초국가적 주체성(主體 性: independence)은 경계를 넘나드는 의지(意志)이다.

사야드(Sayad, 2004)는 “이민유출(emigration)의 사회학을 구상함이 없이 이민유입(immigration)의 사회학을 쓸 수는 없다”고 보았다. 전 통적으로 이주민 연구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이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러한 연 유로 인해 이주민들은 거주국의 정책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 로 인식되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이주민 연구에서도 성공적인 정착 과 적응에 더 관심을 가지고 거주국과 이주민의 관계에만 취중한 점도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화인 작가 린위탕의 작품 속에서 나 타는 사회학적 이론의 특징들을 탐구해 보는 것은 이민사회학 연구 의 새로운 시도라 할 것이다.

Notes

[1] 김민정·이경란·박환희(2011)는 “미국 이민소설의 초국가적 역동성”에서 초국가주 의와 세계화 그리고 세계시민주의의 명확한 의미 해석과 함께 서로 구별되어지 는 특징들을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2]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는 홍종락 역 『이교도에서 기독교 인으로(From pagan to Christian. 2014. 포에이마)』와 김기덕 역 『처세론(생활의 발견. 2015. 집문당)』이 있다.

[3]린위탕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문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로는 “강용흘과 린위탕의 소설에 나타난 현실 인식 비교 연구(2014)” 명지대 석사학위논문과 “린위탕 산 문연구(2014)” 숭실대 박사학위논문이 있다. 특히 린위탕을 에드가 스노와 비교 하면서 그의 근대적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중국인으로서의 위치를 재평가한 소 논문이 『한국학논집』에 게재되기도 했다.

[4]1947년 봄, 린에게서 새로운 문학적 소질을 감지하고, 그에게 ‘중국계 미국인’이 라는 ‘중국인의 경험’만을 다룬 새로운 종류의 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린은 그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하고, 신속히 차이나타운 가족에 대한 글을 쓰기 시 작했는데, 이것이 주요 출판사에 의해 출판되었다. 이렇게 린의 작품은 월시와 펄벅에 의해 ‘중국계 미국인’ 문학이라고 부르는 아시아 소설이 되었다(Jean, 2010; Daniels, 1988: 40-62, 227. 재인용).

[5]린위탕(Lin Yutang, 1948)

[6]린위탕(林語堂, 2004). 『唐人街』. 唐強(당강) 역. 陝西師範大學出版社.

[7]이산과 이주의 경험으로 인해 한 국가 정체성 내에만 속하지 못하고 초국가적 의식을 지니고 살았던 소수민족 작품 읽기에 초국가주의라는 관점이 매우 중요 하다(김민정 외, 2011: 22).

[8]세계화 역시 국경을 넘는 시도이며 이번에는 전 지구적 차원이다. 근대의 초극 이 제국주의로 회귀했듯이 세계화 역시 강대국 중심의 질서로 회귀했다. 세계 화는 ‘국가’나 ‘근대’, ‘식민지’를 넘어선 것이 아니라 괄호 안에 넣었을 뿐이다 (나병철, 2014: 38).

[9]여기서 넘어선다는 것은 단지 내버린다는 것이 아니라 교섭하며 극복한다는 뜻 이다(나병철, 2014: 38).

[10]초국가주의적 패러다임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틀로서 기존의 국가 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본질화하는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시각이다(김민정 외, 2011: 25-177).

[11]The 3rd Avenue El’s stations. http://urbanomnibus.net/2012/03/by-the-el-3rd-avenue-and-its-el-at-mid-century(검색일: 2017. 12. 20).

[12]경계초월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국가 경계를 초월함으로서 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된 장소들, 흔하지만 항상은 아닌 도시적 공간들 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 을 의미한다(아리프딜릭, 2010: 22).

[13]“湯姆當然想到美國去, 他十分渴望那一天的來到. 湯姆有時私下裏希望老奶奶快點 過世, 然而又為自己這個不孝的念頭而臉紅.”, (린위탕(林語堂), 2004: 8-10).

[14]루메토프(Roumetof, 2005: 53)는 세계화(cosmopolitanization)가 국경의 다원화를 가 져오며, 두 명의 개인이 같은 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동일한 사회적 그룹에 속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15]“第三大道的洗衣店, 只有鴿子籠大, 湯姆和伊娃甚至連他們的母親都覺得好失望. …外國也好, 不是外國也好, 這裡就是她家了.”, (린위탕(林語堂), 2004: 20).

[16]다니엘스(Daniels, 1988: 79)는 “Butte’s Chinese”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였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러한 세탁소 사업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17]艾絲搬入了第五大道的上城區公寓, 生活上有了很大的改變, 並不是因爲上城區和 下城區有什麽差別, 而是住在這裡的人們和下城區的人們不同(엘리스는 업타운인 5가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매우 큰 변화였다. 업타운과 다운타운의 차이에 서 온 변화라기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다운타운의 무리는 매우 달랐다), (린위탕(林語堂), 2004: 293).

[18]나병철(2014: 7)

[19]나병철(2014: 203)은 “이별을 다시 돌아오려는 열망이 배태되는 순간”이라고 묘 사했다. 특히 이별이라는 갈라짐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트랜스내셔널한 연대의 운동성이 암시된다고 보았다. 그것이 바로 프로시가 표현하고 있는 트랜스내셔 널의 진정한 운동성이라고 했다.

[20]린위탕은 “차이나타운 패밀리”는 1948년 출판되었다. 1945년부터 1950년대 말 까지의 시기로 이 시기 미국에서는 배화법안(排華法案)이 철폐되었다. 이로 인 해 중국대륙에서부터의 유학생이 급증했고 중국 대륙의 항전문학의 영향으로 북미 지역에서도 항일문예운동이 꽃을 피웠다. 다양한 문예단체들의 활동이 있 었고 이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화문문학이라는 개념이 형성된 시기 였다(고혜림, 2012: 38).

[21]我們中國人的問題是, 我們自己不站起來. 你站起來跟他們打跟他們斗, 他們反而 會喜歡你. 如果你不願意打, 他們就看輕你, (린위탕(林語堂), 2004: 293)(여기서 볼 수 있듯이 톰의 아버지가 국가를 위한 모금에 흔쾌히 응하게 된 것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보다는 중국인으로서의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 다).

[22]다니엘스(Daniels, 1988: 6)는 대부분의 중국인들과 일본인들 대부분이 경제적인 목적으로 미국 이민을 왔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23]국가를 대체할 새로운 연대에 대한 소망이 놓여 있다(나병철, 2014: 43).

[24]“你會驚奇地發現, 即使沒有國家你也能照樣過日子. … 由許多事情證明, 這些旅居 在外的中國人並不需要政府的保護”, (린위탕(林語堂), 2004: 13).

[25]“中國政府不對他做什麽, 他也不對中國政府做什麽. 美國政府不管他, 他也不管美 國政府. … 他愛中國, 就好像一個人愛自己的雙親一樣, 對他來説中國是一個群衆 社會, 而不是一個國家―一個由相同的信仰和相同的風俗的人們所組成的群衆社會”, (린위탕(林語堂), 2004: 13).

[26]로저(Roger, 1988: 96)는 얼마나 많은 중국 이민자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서류 위조 등) 미국으로 입국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미국의 이민 기록에 는 1883년 12월부터 1943년 12월까지 중국인 “이민자들”이 매년 평균 약 1500명 씩 95000여명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27]站在燙衣板前的每一分鐘, 都意味著更多的錢. … 除了體力的耗損之外, 並沒有任 何事情來限制他們賺多少錢(다리미판 위에서의 일분일초는 더 많은 돈을 의미했 다. … 몸이 아파 쉬게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의 돈을 일 한 만큼 벌 수 있었다), (린위탕(林語堂), 2004: 12).

[28] 고혜림(2012)은 초기 북미 지역의 화인 이주자들은 기본적 생계유지는 물론 낯 선 땅에서의 적응과 융화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보았다.

[29]린위탕(林語堂, 2004: 58).

[30]Transform American attitude from what Harold R. Issacs has called the “Age of Admiration(1937-1944)” into a brief “Age of Disenchantment(1944-1949)”, and was followed by a lengthy “Age of Hostility(1949-1971).”

[31]근대의 초극이란 서구의 식민지 근대를 극복하면서 네이션을 넘어서서 지역성 (local)의 연합체를 만든다는 것이었다(나병철, 2014: 37).

[32]這是一個偉大的國家, 你, 我, 還有你父親在這個國家裏, 只能算是客人而已(이는 위대한 국가이다. 너, 나, 그리고 너의 아버지는 이 국가 안에서 그저 한 사람 의 손님일 뿐이었다), (린위탕(林語堂), 2004: 90).

[33]미국 속에 위치하고 있으나 결코 미국이 아니며, 동시에 중국과도 구분되는 차이나타운은 동양과 서양이 각각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만나는 곳이다 (김민정 외, 2011: 164).

손유디

는 현재 고려대학교 중일어문학과 박사수료 상태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대만 중정대학교 교환연구원(2006-2007), 러시아 상트페테르부 르크 국립대학교 교환연구원(2010-201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국제 한국학센터 연구원(2011-2013),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과 연구원 (2013-2014)으로 활동하였다.

여현철

은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통일교육위원 서울 협의회 사무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로는 북한이탈주민 적응 및 정착, 통일교육, 시민정신과 사회봉사, 남북관계 전망이며 이에 대해 정치 사회학, 문화 사회학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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